Tuesday, October 16, 2018

존재 관찰 프로젝트 : 잘한다는 것

얼마전에 어떤 인문학 유명 강사의 강의를 유투브로 본적이 있다. 그분이 말하길 지금 시대는 전문가(expert)를 우대해 주는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지만, expert의 어원을 살펴 보면 그리스 시대의 노예에서 온 말이라고 했다. 사실상 우리는 (그리스 시대의 관점에서 볼 때) 노예가 되는 길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한 분야만의 전문가가 아닌 시대의 가치관을 읽을 줄 아는 인문학적인 소양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를 꿈꾸는 내 입장에서 기분 좋은 강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잘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정말 노예가 생각 할 법한 일이라고 스스로 의식하게 하는 그런 강의였다.

노예라면 노예 다울지 모르겠지만 난 뭔가 잘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오늘은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방식대로 설명해 보려 한다.


잘한다는 것은 의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럼 연주로 예를 들어 보자. 처음 드럼을 배우려고 드럼 앞에 앉아서 "이거 이거 치면 됩니다"하고 알려주면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손과 팔에 베여 있는 습관으로 칠 수 밖에 없다. 처음에 스틱을 잡고 자신이 어떻게 휘두르는지 의식하지 못한채 스스로 생각해도 우수꽝스런 몸짓으로 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은 그런 몸짓을 점점 변형시키는 과정인거 같다. 스틱을 휘두를 때 사람마다 치는 각도, 세기, 그리고 치는 모션이 다르다. 처음에 이런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치다가도 시간이 갈 수록,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치면 실력이 늘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또 하나의 예로 스틱을 내려치기 위해서는 스틱을 들어올려야 한다. 드러머 들이 어느 한 박자를 시원하게 칠때는 스틱을 들어올리는 타이밍, 근육의 강약등 우리가 모르는 의식들이 그 안에 녹아 들어가 있다. 어떤 면에서 의식하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던 스틱을 의식하게 되면 점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스틱을 휘두를 수가 있다.

다시 정리 하면, 잘 한다는 것은 보다 더 의식하는 것이다. 보다 더 많이 의식할 수록 보다 더 많은 선택이 들어가 있고, 더 좋은 연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13년 전에 jojo mayer라는 드러머가 한국에 와서 드럼 클리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사람이 클리닉에서 손가락 근육의 쓰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스틱을 넘어 스틱을 잡고 있는 손가락에 대한 의식도 하고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4 comments:

  1. 여기서 의식은 고수들이 한 분야에 빠져들어 '몰입'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분야를 잘 하고 싶어서 리서치를 해보니 어떠한 분야에서든 고수들은 그냥 무의식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더 좋게 빠르게 아름답게 의식적으로 얄심히하는 몰입상태에 들어가게되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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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웅!! 방문해주어 고마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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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 프로젝트는 언제 올라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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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진씌 방문해주어 감사합니다 ㅎㅎ 요즘엔 여기에 올리고 있어요 여기도 한번 들려주세요~! (https://brunch.co.kr/@goeastagent#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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