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람의 눈물은 왜 그리 슬퍼 보일까?
그 분들은 왠만하면 슬픔을 잘 참고 살 거 같은데, 눈물이 난다는 건 참다 못해 터져 나오는거처럼 느껴져서 더 슬퍼 보이나?
언젠가 한번 밤에 학교에서 수원 화성까지 걸어간 적이 있었다. 수원 광장에 도착해서 화려한 조명과 어둠 사이를 혼자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아저씨는 자신의 딸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메세지 하나만 보내 달라고 부탁 했다. 그 아저씨는 술 냄새가 많이 났고, 체격도 그리 크지 않아서 여차하면 쉽게 도망갈 수 있겠다 싶어 가만히 아저씨 부탁을 들어주었다. 아저씨의 한쪽 눈은 크게 다쳐 있었다. 자세히 보니 눈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무서웠지만 동시에 안타까웠다.
메세지의 내용은 이랬다.
"OO야, 그건 아빠 잘못이 아니야. 할 얘기가 있으니 아빠 전화를 꼭 좀 받아다오. 꼭 좀 받아다오"
아저씨는 꼭 좀 받아다오를 여러번 써달라고 부탁을 하셨고, 그때 당시 내 핸드폰은 스마트 폰이 아니라서 문자 제한이 있어서 두 번의 "꼭 좀 받아다오"로 마무리하고 메세지를 보냈다. 다 보내고 나니 아저씨는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가던 길을 갔다.
세상에 참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지만, 그 아저씨의 존재와 그 아저씨가 보낸 메세지로 유추해 본 그 사건은 내 마음을 아주 어둡고 무겁게 만들었다. 어떤 상상으로도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그 아저씨는 못 생겼었고, 술 냄새가 많이 났다. 금방 딸에게 용서 받을 수 있을거 같지 않았고, 딸도 괜히 아빠를 미워하는게 아닐수 있겠다 싶었다.
몸도 성치 않고, 가족에게도 버림 받았을지 모르는 어떤 존재가 수원화성 근처에서 잘 생존 할 수 있을까? 생존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안에 어떤 즐거움이 있을 수 있을까?
이 모든게 나의 괜한 걱정이길 바라며 그냥 가던길을 갔다.
Deep purple의 When a blind man cries 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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