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시절 선배들에게 골탕을 먹었던 몇개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드럼을 잘 치고 싶어서 미쳐있던 시기였다.
술 자리에서의 선배들은 나에게 알렉산드리아의 유명 철학자들이었고, 난 그들의 귀를 쫑근세우고 듣는 알렉산드리아의 제자 같은 느낌이었다.
조경준이라는 드럼계의 전설 형님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드럼을 잘 칠 수 있냐고 물었다. 뭐라더라.. 좆이란것이 빠지도록 치면 된다고 했었나?..
조경준이란 형과 이정희란 누님은 (둘다 드럼 선배다) 잘 치고 싶어 안달나 있는 내맘을 뒤로하고 드럼이야기가 아닌 음악얘기를 많이했다. 어떤 앨범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다, 전율이 일더라, 등에 소름이 어쩌구 저쩌구. 난 다시 물었다. 그래서 죽이는 드러머가 그 밴드에 있나요? 그 앨범이 어디가 어떻게 좋은데요? 난 안좋던데요?
그 두 선배가 하는 말이 무슨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취향, 누구에게나 좋은 음악이 어디있으며, 누구에게나 나쁜 음악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렇게 이상한 질문만을 해대는 나에게 경준형은 너는 일단 K코드 부터 배워야겠다 라고 말했다. 참고로 K코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에서 코드는 일단 A부터G까지다. 그런 코드는 없는데요? 라고 말했지만, 나중엔 배울수 있을거라고 했다. 근데 아직까지 뭔말인지 모르겠다. 다시 찾아가서 물어보면 아마 이렇게 대답 하지 않을까? "씨바 그딴 코드가 어딨어"
그때 얘기했던 밴드는 레드 제플린이란 하드록계의 전설적인 밴드이다. 그 대화가 있고 나서부터 난 거의 한달 동안을 레드 제플린의 노래만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선배들의 대화에서 처럼 나도 소름이 끼친다거나, 전율이 이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도 처음 들을땐 몰랐지만, 듣다보니 멋진 음악이란걸 느끼게하는 몇몇 앨범들을 들었다.
나는 나에게 "들을 수 없는 것은 들을 수 없다" 라든지 "볼 수 없는 것은 볼 수 없다" 라든지의 말을 자주하는거 같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지금 듣는 것중에 내가 못알아차리는게 있으며, 지금 내눈에 보이는것중에 내가 놓치고 있는게 분명 있다는 말이다. 난 내눈에 보이는것 이상을 보고 싶고, 내 귀에 들리는 것 이상을 듣고 싶어한다.
대희형이 낸 앨범을 홍보하려고 인터뷰한 영상에서도 대희형은 똑같은 말을 했다. 정말 많이 담았다고. 난 아직 그런걸 들을 능력이 없었다. 들어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음악에 대해 더 알면 알수록 더 들리지 않을까?
오늘은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다가 너무 좋아서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앨범 전체를 듣다가 너무 좋아서 이 앨범을 만든 이석원이 궁금해졌다. 이 앨범은 근 2년동안 만든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고 했다. 지금 들어도 이 앨범이 너무 좋다. 앞으로 2주 동안 더 들어보며 지금은 안 들리지만 나중엔 들리는 무언가 들을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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