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사람의 어떤 점에 대해서 관찰 할 수 있는것은, 그 점을 내가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졌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그 모습이 현재 나의 쟁점이거나, 쟁점이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관찰을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설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것이고, 그 경험을 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와 A라는 사람이 만나서 그 자리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 B에 대해서 욕을 하거나 칭찬을 하고 있다. A라는 사람이 B에 대해 칭찬을 하거나 욕을 하는것을 보면, 그 사람이 그 부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을 알 수 있고, 또 내 입장에서는 그 부분을 A라는 사람도 가지고 있는 것을 관찰한다. 다시 말하면, A가 B에 대해 말하고 있는 관점이 바로 A의 쟁점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가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동시에 나를 관찰해 보고자 한다.
나는 해결사이고 싶어한다.
해결사란 바로 이런것이다.
다수의 사람이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한사람(해결사)가 나타나서 그 고민을 깔끔히 해결한다.
그 순간 나타나는 다수와 해결사간의 "극명한 감정의 차이".
이게 바로 해결사가 되었을 때의 묘미다.
감정의 극명한 차이는 순간 내 마음속에서 다수와 해결사를 정의하고,
해결사이고 싶어하는 선택(또는 욕망)은, 동시에 다수쪽 사람이 되기를 거부한다(또는 비웃는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내 앞에서 발생 할때 마다, 나의 선택은 점점 확고해 졌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중에서 내가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논리로 개바른다"란 말이 있다. 무슨 뜻이냐면, 다른 사람이 반박하지 못할 정도로 논리가 명확해서 상대방을 불가항력으로 찍어 누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반박하지 못할 논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논리에 찍어 눌림당하는 일은 내 입장에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논리는 경계(boundary)를 가지고 있다. 논리에서 내가 싫어 하는 경계는 "진술(statement)은 참 아니면 거짓"이다. 참과 거짓 사이는 존재하지 않는것이 논리의 룰이다. 나는 현실에서 어떤 진술이 참도 거짓도 아닌 결론을 자주 내리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 말을 관용없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무튼 "논리로 개바른다"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극명한 감정의 차이"를 관찰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논리로 "개바름 당하기" 보다는 논리로 "개바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남을 "개발랐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개발렸을 때" 상대방이 어떤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겪다보면, 개발랐을 때의 짜릿함 뒤에 개바름당했을 때의 두려움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한동안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나의 쟁점은 "나는 해결사인가 아닌가" 였다.
그런데 살면서 해결사가 쟁점이 아닌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은 어떤 진술에 대해서 논쟁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여러번 의견을 바꾸었다. 그 사람과의 대화는 나와 나 자신과의 논쟁이었고, 그 사람은 그 대화를 즐겼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화제를 꺼내면 그 사람은 화제를 꺼낸거 자체를 칭찬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느냐며.
그럼 그 화제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그 사람은 동의한다. 그럼 논쟁의 시작을 알리는 그것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가 제시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논쟁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 반대 의견도 동의한다. 그럼 나는 그 반대의 반대 의견을 내고, 어떻게 둘을 동시에 동의 할 수 있냐며, 논쟁을 부추기지만, 그 사람은 나의 의견이 반박 또는 동의 할 필요 없는 재밌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에 결국 논쟁은 나 혼자 진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위의 사례에서 나는 "개바르는" 사람도 "개발림 당하는" 사람도 없는 상황을 관찰했다. 홀로 하는 그 논쟁은 짜릿함도 두려움도 없었지만 대화 자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나는 해결사이고 싶은 나 자신을 그만두고 싶다.
상대방은 나를 "개바르고" 있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나는 그 대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다. 상대방이 "개바름"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짜릿해 하고 싶지 않다.
어떤사람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논리로 개바를수 있나요"에 대한 오늘의 선문답.
"개바름 당하는 것"의 대화를 즐기자.
"개바름"을 짜릿해 하지말자.
쟁점 해결사 개바름 맨날 특이한 단어들을 유행시키넼ㅋㅋㅋㅋㅋ
ReplyDelete